[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이사하려는 '일시적 2주택자'들이 향후 강화될 대출규제로 사각지대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투기목적이 아닌 실거주 이동수요마저 다주택자로 묶일 경우 기존집 매각과 새집 잔금납부를 짧은 기간안에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탓이다.
기존집이 제때 팔리지 않아 집주인 자금줄이 막히면 이 여파는 곧바로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이 잔금이나 대출이자를 메우려고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결국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을 세입자가 대신 짊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일시적 2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과 새집 잔금 마련이 동시에 막히면서 그 부담이 임대차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집을 보유한 1주택자가 신규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려면 기존집을 6개월안에 팔아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약정을 지키지 못하면 대출금이 회수되며 향후 3년간 금융권 주택관련 대출도 제한받을 수 있다. 올 1분기 은행권에서 적발된 가계대출 추가약정위반 1174건 가운데 기존주택 처분약정을 어긴 사례는 56건이었다.
문제는 기존집에 세입자가 거주하거나 매수자를 제때 찾지 못하면 6개월안에 거래를 마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집 잔금일이 먼저 다가오면 가격을 낮춘 급매물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세금과 대출에 적용하는 처분기한이 다른 점도 혼선을 키운다. 세법에서는 일정요건을 갖추면 새집을 산 뒤 3년안에 기존집을 팔아도 1주택자 특례를 부여하지만 금융권 주담대는 6개월내 처분을 요구한다.
자금조달이 막힌 집주인 부담은 임대차시장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집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은 이미 월세계약이 전세를 앞질렀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계약 5만1196건중 월세계약은 2만7719건으로 54.1%를 차지했다.
부동산R114 집계결과 서울 아파트 임대차계약 가운데 준월세 비중은 2022년 51%에서 지난해 55%로 높아졌다. 같은기간 평균 보증금은 9943만원에서 1억1307만원으로, 평균 월세는 128만원에서 149만원으로 상승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도 목돈 부담은 그대로 남은데다 매달 내는 주거비까지 늘어난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실거주 이동을 별도수요로 인정해 조건부 예외를 적용한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기존 주택대출이 있는 차주라도 새 대출을 실행한 뒤 6개월안에 종전대출을 전액 상환하겠다고 약정하면 신규대출을 허용한다.
싱가포르 국세청(IRAS) 역시 시민권자가 포함된 부부가 두번째 집을 산뒤 기존집을 6개월안에 매각하면 추가취득세를 환급해 준다. 완공되지 않은 주택은 임시사용승인이나 준공승인일부터 기한을 산정해 실제 입주시점도 반영한다.
두 나라는 주택수만으로 일률 규제하지 않고 기존주택 처분과 실제 입주여부를 면밀히 따진다. 국내에서도 세입자 계약만기와 새집 입주시점을 확인해 조건부 예외를 두면 투기차단 기조를 유지하면서 임대차시장으로 부담이 전가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목적을 지닌 일시적 2주택자를 투기수요와 같은 잣대로 묶어서는 안 된다"며 "세입자 계약만기 등으로 6개월내 처분이 어려울 때는 기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회 이후 대출규제가 전면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어 기존 관리기조는 유지하되 실거주가 확인되는 사례에 한해 예외기준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대토론회에서 "대출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면 주택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규제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을 고려한 보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정책을 펼 때 집값만 볼 것이 아니라 대출규제가 매매·전세·월세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처분약정과 실거주여부를 확인해 일시적 2주택자에게 조건부 예외를 두고 세입자 보호장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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